[편지03]몸 쓰는 일은 닮았다
- 볼보 할아버지
- 4월 1일
- 2분 분량
인테리어 목수, 세트 빌더, 그리고 댄서의 움직임

사랑하는 손자에게,
요즘 춤을 배우고 있다지? 재미지겠다. 춤을 통해서 생각도 표현하고 무언가와 연결되었다는 것을 느낀다는데 넌 왜 시작하게 되었지?

춤 하니까 생각이 난 건데 오늘은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구나. 보기엔 비슷한 일도 그 일을 왜 하는지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예를 들어 볼까?
세트장에서 일하는 목수와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하는 목수는 같은 목수라고는 불리지만 크게 다르단다. 둘 다 망치질을 하고, 주로 나무를 쓰고 톱을 쓰고, 재료를 다루지. 하지만 세트장은 짧은 기간 안에,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해. 철거도 고려해야 하고, 미관이 가장 중요해.
반면 인테리어는 오래 사용해야 하니, 견고함과 기능이 중요하지. 결국은 ‘목수’라는 같은 이름 아래 있지만 목적이 다르기에 일의 방식도, 쓰는 재료도, 결정하는 기준도 달라지는 거지.

일이란 그렇게, 목적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법이야. 어떤 직업을 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순간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해주는 일이 대부분이지. 그래서 직업에는 책임이 따라.
누군가가 그 일을 믿고 맡긴다는 것,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신뢰와 기대를 받는다는 뜻이거든.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어.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세우면 그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하지.
그리고 네가 요즘 배우는 춤도, 이런 일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네가 생각하기에 춤과 세트를 만드 일은 무엇이 비슷하니?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에겐 하나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몸 관리야.
무릎, 어깨, 허리, 손목…작은 관절 하나 다쳐도 일을 못 하게 되지.
춤도 마찬가지일 거야.근육의 쓰임, 무게 중심, 움직이는 흐름을 잘 알아야
다치지 않고 오래 춤출 수 있겠지.

몸을 써서 일하면 그만큼 피로도 따라오지만, 몸으로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도 커.
아직 사람 몸을 정교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일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것 같다.
우린 본래 움직이는 존재야. 움직이며 살아가는 게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러니 한번쯤은 생각해보렴. 춤을 출 때와 일을 할 때, 몸을 움직이는 방식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닮았는지.
그 안에서 네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네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며
그 일이 너에게 어떤 감각을 주었으면 좋겠는지도 조금씩 떠올려보면 좋겠다.

비슷한 움직임이라도 네가 생각하는 것에 따라 의미를 찾을 수 있는거란다. 너는 어떤 일을 할 때 의미를 느낄까?할아버지는 오늘도 세트장에서 조용히 손을 놀리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단다.
늘 건강하게 움직이고, 다치지 말고,네 리듬을 따라 살아가기를 바란다.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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