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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50명의 전세계 미술감독이 그리스 섬에 모인 이유는? (국제미술감독조합 대표 인발 와인버그)

  • 작성자 사진: NSN 이야기꾼
    NSN 이야기꾼
  • 5월 29일
  • 9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월 30일

“지식을 나누면 커지는 경험을 한국 감독님들과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Inbal Weinberg

이스라엘 출신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인발 와인버그(Inbal Weinberg)는 Suspiria(서스페리아), 룸 넥스트 도어(Room Next Door), 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등의 작품을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으며,VHS 2024년 최고의 미술감독 상을 포함해 미국 미술감독조합(ADG), 후보에도 두 차례 이름을 올리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국제 미술감독 컬렉티브(International Production Design Collective)를 공동 설립해 썬덴스, 칸, 베를린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세션을 개최하고, 각 지역에서의 워크숍과 미술감독 연대를 지원하고 있다.



인물을 먼저 찾은 인터뷰는 아니었다. 누군가 베를린영화제에서 미술감독 워크숍이 열렸는데 무척 유익해보였다는 말을 해주었다. 한국에서는 미술감독이 모이는 것부터가 무척 생소한 일이기에 알아보았더니(한국 미술감독은 포토폴리오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조차 생소하다) 국제 미술감독 위크(International Production Design Week)를 발견했고 전세계 1,500명이 넘는 미술감독이 가입한 조합을 발견했다. 이중 한국 미술감독은 1명이었다. 아무래도 서구성이 강하다. 동양인 특유의 친화력과 흥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 분명하다.


한국이 국제 미술 무대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더니 흔쾌히 대표이자 창업자인 인발 와인버그(Inbal Weinberg)가 답장을 주었다. 국제 미술 사회도 한국 컨텐츠를 눈여겨보고 있고 궁금해 한다. 우리는 너무 바쁘기도 하고 모여서 나누고 기리는 문화는 미술감독사이에서 무척 낯설기도 하다. 무엇이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왜 국제 미술감독컬렉티브는 만들어졌고 바빠 죽겠는데 대체 뭘 하고자 할까? 한국만 힘든게 아니라 전세계가 힘들다고? 인발은 무척 친절하고 긍정적인 인터뷰이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아래 인터뷰 내용을 편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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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다시 한 번, 오늘 이렇게 함께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오늘은 개인적인 커리어보다, Inbal 님이 만든 조직과 그 이니셔티브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한국 독자를 위해 간단한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인발 와인버그 줌 인터뷰 인사

Inbal:

감사합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저는 Inbal Weinberg이고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현재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하고 있고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제 동료인 Kalina Ivanov와 함께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의 콜렉티브를 만들기로 했어요.

처음엔 뉴욕의 소수 친구들끼리 시작한 모임이었어요. 친구이자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거든요.그래서 “이걸 그냥 모임이 아니라 진짜 그룹으로 만들어보자” 하고 전 세계에 있던 친한 동료 30명에게 메일을 보냈죠.




A front page for PDC
IPDC 웹사이트에는 한눈에 다양한 미술감독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게 시작이었는데 지금은 전 세계에서 1,500명 이상의 멤버가 함께하고 있어요.

라이브 행사, 온라인 세션, 패널, 소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거의 본업처럼 시간을 쓰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어요. 아주 뜻깊은 여정이었죠.


질문: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 일이 거의 전업처럼 느껴지실 정도라니 놀랍습니다.

이미 프로덕션 디자이너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데, 이런 큰 조직까지 이끌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두 역할을 어떻게 병행하시나요?


Inbal:

솔직히 말씀드리면 쉽지 않아요. 저희 조직은 비영리이고, 도와주시는 몇몇 자원봉사자들 외에는 구조적으로 크게 갖춰져 있지 않거든요.



PDC member page
소수의 핵심 멤버들이 조직을 운영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저희가 주최하는 행사가 급격히 많아졌어요. 2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 컨퍼런스, 그리고 올해 처음 시작한 국제 페스티벌 등요. 그래서 일과 커뮤니티 활동을 병행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죠.

다행히 저희 멤버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인 분들이 많아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도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조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한국도 그렇겠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완전히 동굴속으로 들어가게 되잖아요? 가족과 대화할 시간도 없고, 커뮤니티 활동은 더더욱 어렵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엔 저에게 큰 위로와 기쁨을 주기 때문이에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주말에 동료들과 이런 모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면,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거든요.


그래서 이건 제게 두 번째 전업 같은 일이지만, 아주 보람 있는 시간이기도 해요. 앞으로는 멤버들의 참여를 더 유도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Production designers united gathering 2023
2023년에 열린 게더링

“당신에게 맞는 일은 당신에게 온다”

질문:

정말 멋지네요. 사실 한국에선 예술감독 조합이 있어도 사람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아요.

스케줄 맞추기도 어렵고, 따로 연락을 돌려도 실제로 모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그런데 Inbal 님 조직엔 전 세계 분들이 참여 중이고, 한국인 멤버는 아직 한 명뿐이더라고요.

그래서 여쭤보고 싶었어요. 미술감독들이 자기 작업을 공유하는 걸 꺼리거나 국제적 협업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잖아요.

특히 한국에서 그런 경향이 강한데, 그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nbal:

그런 마음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해요.

첫 번째는, 언어 장벽이에요.

저희 행사는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다른 문화권에서 참여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저희가 더 나아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번역 서비스나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는 방식도 고민 중이고요.

두 번째는 문화적 거리감이에요.

다른 지역의 커뮤니티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저희는 인터뷰어 님처럼 두 세계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어요. 그런 분들이 새로운 커뮤니티에 저희를 소개해주는 다리가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식을 공유하는 걸 꺼리는 건 ‘자신이 힘들게 쌓은 걸 잃을까봐’라는 두려움에서 오는 것 같아요.

이 일은 정말 어렵게 배운 지식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동료들이 서로 지식을 나누는 걸 봐왔어요.

그런데 그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오히려 그 반대죠. 나누면 나눌수록 더 큰 영감을 얻게 되거든요.


A production designer Tommaso Ortino's work displayed on PDC website
IPDW 사이트에는 전세계 미술감독이 자신의 일을 블로그 형식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IPDW 사이트에는 전세계 미술감독이 자신의 일을 블로그 형식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실력도 학벌도 아닌 ‘사람의 성품’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당신에게 맞는 일은 당신에게 오게 돼 있고,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지 않아요.


우리는 더 큰 공동체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을 때 더 강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술감독이라는 직업이 너무 ‘보이지 않는 예술’이라는 점도 있죠.

자신의 역할을 설명하는 데 늘 애를 먹어요.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목소리를 내야 해요.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국제적으로 교류한다는 건 곧 우리 직업 전체를 알리는 일이기도 해요.

작게 시작하더라도, 그 파급력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게 될 거예요.



where is inbal?
인발을 찾아라!

그리스의 작은 섬, 250명의 미술감독 ‘회복의 시간’

질문:

너무나도 힘이 되는 말씀이에요.

한국에는 영화 감독이나 배우들을 중심으로는 담론이 오가긴 하는데 아직 미술감독이나 다른 영역에서는 질문을 던지고 지식을 나누는 경험 자체가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젊은 세대는 더 열려 있고, 기술에도 익숙해서 앞으로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사실 저는 아직 Inbal 님 행사를 직접 가본 적은 없는데요, 홈페이지나 SNS를 보면 꼭 미술감독뿐 아니라 다른 영화 산업 종사자들도 함께하며 협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궁금했어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발생했던 예상치 못했던 인상 깊은 순간이 있었을까요?


Inbal:

좋은 질문이에요.

2022년에 저희가 정말 오래전부터 꿈꾸던 걸 현실로 만들었어요. 바로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을 위한 컨퍼런스였죠.

코로나 이후 모두가 사람을 직접 만나고 싶어 했잖아요. 그래서 이 시점이다 싶었어요.

근데 그냥 기술적인 발표회처럼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오히려 리트릿(retreat)처럼, 기술 이야기도 하고, 정신 건강이나 창의력, 부서 간 협업 같은 주제도 다루고 싶었죠.

International production design week retreat
리트릿 원을 그리다

그래서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첫 행사를 열었어요. 세계 각지에서 온 250명의 미술감독이 배를 타고 섬에 도착했고,

4일간의 여정을 함께했죠. 아카데미 수상자들도 초대했어요.

아침엔 대규모 패널 토론, 오후엔 소규모 워크숍, 저녁엔 함께 식사하고 파티를 여는 등 공동체적인 경험에 집중했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건, 그 여정이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굉장히 큰 울림을 줬다는 점이에요.

이메일로 받은 후기 중에는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는 말도 많았고요.

이 업계가 얼마나 외롭고 불안한지를 실감했어요. 번아웃, 자존감 문제, 우울감 같은 이슈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하지만 그 며칠간의 만남이 사람들에게는 ‘회복의 시간’이었어요.

이후에 각국에서 새로운 협회가 생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이런 에너지를 더 많은 한국 디자이너들과도 나누고 싶어요.

6 people sitting on the island of Greece why?
의자 6개. 그리스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중요하다

질문:

말씀 중에 "회복"이라는 단어와 "인정받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참 인상 깊네요.

저희도 그런 인정을 갈망하고 있어요. 사실 미술감독뿐 아니라 미술팀 전체, 세트 제작자들까지도 그렇죠.

이 직업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거든요.

한국에서는 할 일이 많이 남아있어요.


예를 들어 아직까지도 미술감독이나 세트 제작자들이 정식으로 서명할 수 있는 계약서조차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미술감독조합에선 지금 법률 자문을 받아가며 표준 계약서를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열악한 노동 환경이 존재해요.

이런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꼭 한번 한국에서도 여러분의 행사를 열어주셨으면 해요.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거예요.


Inbal:

그 말씀 너무 잘 해주셨어요.

저희 조직은 정치적이지 않으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전 세계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각국의 사정에 깊이 개입하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첫 번째 행사에서 개최한 패널 중에 정말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어요. 이름이 “Production Designers United”, 즉 ‘프로덕션 디자이너 연대’였죠.

여기엔 여러 나라에서 온 협회 대표들이 참여했는데, 미국 미술감독조합(Art Directors Guild)의 멤버도 함께했어요.


미술감독길드 저명하다
역사가 긴 미술감독길드

미국엔 굉장히 강력한 노조 시스템이 있어서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죠.

1927년에 설립된 ADG는 그동안 쌓아온 계약 조건, 조직화 방식, 노동권리 등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이 지식을 다른 나라의 협회나 젊은 단체들, 그리고 노동 조건이 열악한 국가들과 나누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에요.저희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진 않지만,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런 교류가 변화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Art Directors guild posing for a picture
ADG 미팅 모습

오히려 한국의 고립감은 자기만의 우주를 만드는데 기여하였다


질문:

그렇죠. 미술감독(Art Director)이란 이름에 ‘Art’가 붙어 있지만, 실상은 육체노동이 많은 현장직이니까요.

다음 질문은 Inbal 님의 개인적인 견해를 듣고 싶어요.

지금 한국의 미술감독이나 세트 디자이너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건 정말 설레는 일이에요.

ADG나 해외 매체에서도 한국 콘텐츠를 언급하니까요. 그런데 이 인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어요.


그래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한국 미술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그리고 한국 미술감독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Inbal:

저는 개인적인 의견도 드릴 수 있지만, 커뮤니티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저희 콜렉티브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한국 작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개인적으로 기생충의 제작 비하인드를 정말 여러 번 봤어요. 특히 그 홍수 장면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를요.

오징어 게임, 기생충, 올드보이 같은 작품들은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흥미를 끌었어요.

왜냐하면 이들 작품이 헐리우드 시스템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별하거든요.

사실 이건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인도 영화 산업인 볼리우드도 마찬가지예요.

서구의 디자이너들은 그런 시스템에 감탄하죠. 왜냐하면 전혀 다른 구조와 창작 방식, 업무 흐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채경선 오징어게임2로 미술감독조합상 수상
한국인 미술감독조합상이 늘고 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말 궁금해요. 그 안에 담긴 철학과 방식이 궁금하죠.

파칭코(Pachinko)에서 한국에서 촬영한 경험이 있는 미술감독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녀도 한국에서 일하며 느꼈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어요.

결국, 우리 디자이너들이 항상 찾는 건 새로운 영감이에요.

요즘은 SNS나 핀터레스트처럼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정작 창의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모두가 비슷한 걸 참고해서 ‘옅은 복사본’만 만들어내는 시대죠.

그래서 조금은 고립된 채 자기만의 우주를 만들어온 한국 미술팀의 세계는, 저희에게 정말 큰 영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우리가 열망하는 신선함이에요.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도 함께 간직하는게 중요

질문:

와… 그 말씀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해외에서 한국 영화들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게 참 감격스럽고, 또 책임감도 느껴져요.

한국 미술감독들은 예산을 정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강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기생충은 전체 제작비가 1천만 달러도 되지 않았고, 오징어 게임도 시즌 1이 3천만 달러 이하였어요.

만약 미국에서 제작했다면 아마 세 배 이상은 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능력은 분명히 있는데, 문제는 국제적 협업에 대한 자신감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특히 젊은 디자이너들이 해외로 나가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요.

1세대, 2세대 선배들조차 그런 경험이 없거든요.

그래서 Inbal 님께 여쭙고 싶어요.

국제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 미술감독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Inbal:

정말 공감되는 질문이에요.

다행히 요즘은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와 자료가 온라인에 존재하죠.

제가 처음 시작할 땐 인터넷도 거의 없었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져야 했어요.

지금은 검색만 해도 거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요.

물론 그냥 구글링을 넘어서 진지한 리서치를 하다 보면 더 많은 자료들을 찾을 수 있죠. 저희 콜렉티브도 그런 자료를 열심히 만들고 있어요.

웹사이트엔 인터뷰, 세션 자료 등 다양한 정보들이 올라와 있고, 누구나 참여 가능한 온라인 세션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어요.

진지하게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해외 유학이나 단기 연수도 좋은 방법이에요. 물론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요.

그렇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열릴 경우를 대비해 영어 실력은 꼭 필요한 무기예요.

또한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 중요해요.


A post on IPDC website
사이트 블로그에는 다양한 정보성 글이 올라온다

AI, 가상 프로덕션, 새로운 툴들—이런 것에 대한 감각이 있는 분들은 채용 시 우선순위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죠.

영화를 많이 보고, 다양한 국가의 작품을 접하며 미적 감각을 넓혀야 해요. 미술뿐 아니라 사진, 조각, 회화 등 모든 예술을요.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도 함께 간직해야 해요.

해외에서 일한다고 해서 자신을 지울 필요는 없거든요. 오히려 그것이 여러분만의 강점이 될 거예요.



내러티비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울함보단 배움을


질문:

마지막 질문은 기술과 프로덕션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것입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미술감독을 위한 일거리가 부족한 상황이죠.

한국의 경우, 팬데믹 시기에 만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아직도 개봉되지 못한 채 남아있어요.

그동안 졸업한 많은 지망생들이 있지만, 현실은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AI의 발전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로덕션 디자인이라는 직업은 계속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직업에서 얻은 역량과 감각은 다른 분야에도 응용이 가능하니까요.

앞으로 프로덕션 디자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이 전통을 계속해서 배워야 할까요?



Inbal:

정말 중요한 질문이에요.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있다는 건 사실이죠.

말씀하신 대로 한국에도 한국만의 위기가 있는 것처럼, 저도 매일 다양한 나라의 동료들과 이야기하며 그걸 실감하고 있어요.

팬데믹 이후 몇 개월간은 모든 것이 멈췄다가,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작업이 몰렸어요.

사람들이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스카우트 될 정도였고, 그때 시장에 새로 들어온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일 없이 쉬고 있는 상황이죠.

a film crew working on a set during the pandemic
길바닥에 있는 사람도 일할 정도였다고

그러니 지금의 이 ‘침체기’는 팬데믹 이후의 과잉 생산이 낳은 반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저는 낙관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이걸 "진자 운동(pendulum movement)"처럼 바라보려고 해요.

이 산업은 늘 예측 불가능하고, 유연하게 움직여왔거든요.

프리랜서로 일하는 우리 삶처럼요.


지금은 내려가 있는 시기이지만, 언젠가 다시 올라갈 거라고 믿어요.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사람들은 언제까지고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그건 동굴 벽화 시절부터 그랬고, 앞으로 로봇과 대화하는 시대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The film industry goes up and down
위기 2년차

그래서 저는 우리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걸 구현하는 방식은 계속 변화하겠죠.

그래서 우리도 유연하게, 새로운 기술들을 받아들이고 익히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지금 시간이 있다면, 단순히 AI에 대한 세션을 듣는 것보다

직접 AI 툴을 써보며 매일 프롬프트를 돌려보는 실습 경험이 훨씬 값지다고 생각해요.

가상 프로덕션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은 관련 수업이나 온라인 강좌도 많이 있으니까요.

저는 ‘실직의 시간’을 성장 기회로 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의 일은 곧 ‘열정’이기도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이 없을 때 삶과 열정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며 정체성 혼란이 오기도 해요.

“나는 지금 나의 예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감각이 깊은 우울감을 불러오기도 하죠.

그래서 오히려 그 시간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해요.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제 주변의 다른 분야 전문가들을 찾아가요.

VFX, 컬러리스트, 촬영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스튜디오를 찾아가서 배워요.

현장에선 바빠서 이런 걸 제대로 배울 틈이 없거든요.

그래서 쉴 때가 오히려 동료의 일을 배우고, 창작의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예요.




질문:

와… 지금 말씀하신 것들이 정말 새롭고 와닿네요.

오늘 우리의 대화가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서, ‘함께 생각하고 연결되는 시간’이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 문제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위로도 되었어요.

앞으로 이런 대화를 더 자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nbal:


Bye bye Inbal!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진심 어린 질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저도 너무 좋았어요.

저희 조직과 행사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한국에 알릴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한국의 디자이너분들도 더 많이 참여하실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요.

앞으로도 계속 연결되어 이야기 나눠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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