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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04]낡은 세트장 벽을 다시 칠하였다

  • 작성자 사진: 볼보 할아버지
    볼보 할아버지
  • 4월 13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14일

낡음에 새로움을 더하는 일은 고귀하다




사랑하는 손자에게,

난 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참 좋다.

손을 잡고 있을 때는 더 좋고.

나이를 먹은 할아버지가, 이제 막 세상을 호기심 넘치게 바라보는 너와 같이 있으면

그냥 그거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해진단다.



사람은 왜 나이를 먹는 걸까?


그게 꼭 병들고 약해지라는 뜻만은 아닐 거야.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낡음’만이 아니라

‘깊어짐’과 ‘비워짐’이기도 하거든.

비워내야만 더 단단한 것을 채울 수 있으니까.



매일같이 새로움이 만들어지는 스튜디오란다

처음엔 사람들이 복작거리다가,

어느 순간엔 지게차가 모든 걸 부수고,

빗자루로 먼지를 치우는 곳이야.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그걸 또 허무는 일을 반복하지.

그래서 여기선 창조와 상실을 동시에 배운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단다.

낡은 조명, 오래된 가죽 의자,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

세트는 바뀌고, 이야기는 흘러가지만

우리는 자리를 지키고 있지.

매번 새로운 이야기들이 왔다 가는데,

우리는 남아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단다.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존재들.



사람은 누구나 잃는 법을 배워야 해.

몸의 힘도, 사람도, 기회도…

하지만 그 상실을 껴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지도 몰라.

그래서 다시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지.

꼭 기억하렴. 잃어버림은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노부장을 Chat GPT가 유화로 바로 그려주었다. 나원 참)
(노부장을 Chat GPT가 유화로 바로 그려주었다. 나원 참)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어린 아이들을 보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구나.

노인들도 무언가를 만들 수가 있단다.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무언가 함께 잘 만들 수도 있을거야. 이미 이곳 세트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도 계속 새로운 걸 잘 만들잖니?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나누고, 남기고, 함께하고 싶어지지. 그래서 할아버지는 여전히 이 세트장을 떠날 수 없단다.



오늘은 한참을 미루던 세트장 정비일을 했단다.


나무벽을 세우고 페인트를 칠했지. 중고 물품을 이웃에게 사오기도 했다.

이곳이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새로워질 수 있는 것 같구나.



화려하고 깨끗한 새 물건도 물론 좋지. 이젠 그런 것이 너무 쉽고 당연해졌으니까.

우리 회사가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사람들이 새로운 그림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낡은 것도 나름의 쓸모가 있단다.

너처럼 새로운 사람이 손을 얹어줄 때,

더 빛이 나고 널 편안하게 해줄거야.



그러니 할아버지가 늙었다고 너 미워하지 말아라!


사랑한다.

언제나 네 이야기를 기다리는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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