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장>웹툰의 공간을 실제로 구현한 송태선 미술감독이 꿈나무 연경에게
- NSN 이야기꾼
- 6월 11일
- 2분 분량
연경은 영화미술 일을 하고 싶은 대학교 4학년이다. 연경은 상상공작소의 송태선 미술감독과 연결되었고 막막하고 궁금했던 감정에서 시작된 질문들을 쏟아내었다. <광장>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위로와 응원이 오간 산책길이었다. 어른과 아이. 경계는 없는 이야기다.
(아래 글은 인터뷰를 각색한 에세이다)
시작을 묻는 이에게,
서울숲의 연둣빛 그늘 아래, 두 사람이 나란히 걸었다. 송태선 미술감독과 젊은 예비 미술인 연경, 그들의 발끝은 천천히 움직였지만 마음은 오랜 이야기 끝에 닿아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큰 체격의 송 감독은 작품 준비를 마치고 곧장 산책길로 나왔다. 낯설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다가온 연경에게 그는 한없이 다정한 말투로 답했다. 마치 조명 뒤에 숨어 있던 무대의 비밀을 천천히 밝혀주듯.
질문은 인터뷰 형식을 띠고 있었지만, 실상은 연경이 삶과 진로 사이에서 머뭇거리며 던지는 간절한 손짓이었다. 송 감독은 그것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고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았다.
“아직 어떤 길도 결정하지 못했어요.” 연경은 말했다. 무대미술을 다시 전공하자니 나이가 부담스럽고, 아카데미, 대학원, 현장 실습… 선택지는 많지만 마음은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송 감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건 결국 본인의 성향이 말해줄 거예요. 직접 걸어봐야 아는 길이 있죠.”
세트장을 경험한 친구가 현실의 거칠음을 토로했다는 이야기에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멈추지 마요. 자기 기준이 필요해요. 용기요, 아주 개인적인 용기.”
연경은 또 물었다. 영화 속 세트를 따라 만들거나, 책 속 상상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냐고. 송 감독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돼요. 중요한 건 왜 만들고 싶은지가 보여야 해요. 진심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있어요.”
나이에 대한 불안도 솔직히 털어놓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팀에도 연경 씨보다 나이 많은 신입이 있어요. 나이는 숫자일 뿐이에요.”
운전면허 얘기에는 조금 더 진지해졌다. “필수입니다. 늦어도 괜찮아요. 다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죠.” 안전은 이 세계의 기본값이었다.
대화는 영화 이야기로 자연스레 흘러갔다. 연경이 인상 깊게 봤다는 《더 폴》을 언급하자 송 감독의 눈빛이 밝아졌다. “CG 없이 상상을 실재로 바꾼 영화죠. 정말 좋아했어요.”
그가 직접 작업한 영화 《광장》의 미술에 대한 설명은 더욱 인상 깊었다. 좁은 복도, 낮은 천장, 반복되는 공간. “모든 문은 무덤으로 이어져요. 인물들이 스스로 들어가는 무덤이죠.” 그 공간은 숨 막히면서도 섬세했고, 죽음과 삶 사이에 선 인물들의 내면을 반영한 풍경이었다.
송 감독은 인터뷰 내내 연경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더 채울 필요 없어요. 이제는 그릇을 키울 시간이에요.”
그는 또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려 하지 않아요. 극이 원하는 걸 찾아내고 표현하죠. 그게 진짜 일이에요.”
그에게 협업은 당연한 전제였다. “이 일은 혼자 못해요. 팀이 없으면 나도 없죠.”
그날의 산책은 단지 인터뷰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시작을 위한, 아주 조용한 동행이었다.
언젠가 그녀도 말할 수 있기를. “편하게 앉으세요.”라고.
질문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다정한 산책의 끝에서, 시작을 향한 한 걸음이 그렇게 태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