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토스> 만들기
- NSN 이야기꾼
- 5월 16일
- 9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월 11일
영화를 만드는 직업과 IT 서비스를 만드는 직업 짝짓기
[잘모르겠쇼] 모른다는 상태가 1차적으로 불안감을 주고 2차적으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인들은 공부하기를 좋아한다. 프로덕션 디자인 회사에서 일한다. 덕분에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많다. 공부한다고 없던 재능이 생기진 않겠지만 그래도 비주얼 스토리텔링 영역인 영화는 아는 만큼 보이지 않을까라? 부담 가지면 못 하는 성격이라, 저널이자 오답노트 정도로 시작해본다. 혼자 알기 아까운 꿀이야기도 꺼내놓고 싶다. 전 세계 모든 콘텐츠가 거의 무료에 가까운 시대, 우리는 유튜브와 챗gpt로 무한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클릭 한 번이면 방금 미국에서 찍힌 영화 촬영 현장을 볼 수 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고급 금융 서비스의 UX 설계 방식도 금세 배울 수 있다. 접근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인간의 기억력은 여전히 허술하다. 기록하지 않으면 까먹는다. 그래서 이 글은 기억을 위한 기록이고, 혹시나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 좋겠다.

이번 주 주제는 "영화 제작에는 어떤 직업들이 있을까?"이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부르는데, 엔딩 크레딧만 봐도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이 영화에 관여했다고?' 하고 놀랄 정도다. 예전엔 세트장 위치도 안 적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제작 현장에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의 이름이 올라간다. 노동에 대한 자의식과 존중이 깊어질수록, 크레딧은 길어졌다.
그립팀.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직종이다. 업계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팀이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까진 'Grip'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다. 알고 보니 이 팀 없이는 카메라가 움직이지도, 배우가 편하게 연기하지도 못한다. 현장에서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낮추면 안보이던 장비들이 보인다.그래서 전체를 한번 훑어보고 싶었다.
이 글보다 더 깔끔한 정리는 아래 미국의 영상 제작 소프트웨어인 스튜디오바인더가 해주었다.
똑같이 정리할 순 없으니 다른 걸 해보았다. 현장에도 있고 이런저런 인터뷰도 찾아보니, 잘 만든 영화는 필자가 익숙한 IT 서비스 제작 환경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과 비교해보면 이번주 공부가 더 잘 기억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주는 영화와 금융 서비스를 비교해보았다.
좋은 비지니스는 최고의 예술이다
영화 <기생충>, 국민 금융앱 <토스>. 언뜻 보면 서로 다른 분야의 대표작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걸 찾자면 또 쉽게 할 수 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토스>는 복잡한 금융을 가장 쉽게 만든 앱으로 여러 상도 받았고 수천만 명의 사용자에게 간택 받고 있다.
높은 수준의 상품들은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
앤디 워홀은 "좋은 비즈니스는 최고의 예술이다"라고 말했다. Fine art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commercial art가 되고, commercial art를 밀어붙이면 fine art가 되는 지점이 있다고도 한다. 누군가는 사업도 예술이라고 한다.
영화와 IT서비스, 닮은 구석이 있다
<기생충>과 <토스> 모두 기본적으로 기획 → 설계 → 제작 → 검토 → 배포"라는 공정을 가진다. 각 단계에 전문적인 역할이 있으며, 각자가 수행하는 기능이 다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완성품을 만든다. 과정에서 드러나는 유사성과 차이점을 직무별로 지극히 간략하고 포괄적이게 정리했다. 마음이 가는 기사 링크와 영상도 첨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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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듀서(Producer) vs. 프로덕트 매니저 (Product Manager)
비슷하다: 프로젝트 전체를 기획하고, 일정과 자원, 인력을 조율한다. 팀 간 소통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한다. 학교 전공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융복합적인 기능인이라는 뜻
다르다:
영화의 프로듀서(피디)는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을 고려하며, 시나리오 분석, 스태프 구성, 예산 조율, 현장 진행 등 작품을 설계하고 만들어질 수 있는 모든 단계에 관여한다.
IT의 PM은 사용자의 문제 해결과 시장 내 경쟁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설계하고, 기능 단위로 우선순위를 매겨 점진적으로 출시해나간다.
그러니까:
<기생충>의 장영환 프로듀서는 “배우나 스태프 등 여러 파트를 관리하고 조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선시하는 프로듀서의 자질을 꼽았다. 그러면서 능력 있는 프로듀서라 함은 "예산을 적게 쓰는 게 아니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 했다.
<토스>사는 PM을 성장의 궤도에 오른 제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실행한다고 정의한다 제품의 매출이나 사용자 수를 극대화하는 일뿐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고객의 불편을 확인하고 해소하는 일, 또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고 파트너사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일 (…) 등등. 그렇지. 둘 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단계를 엄청나게 조율해가고 사람들을 달래가며 해야한다는 거다.
감독은 중대장, 프로듀서는 행정보급관이라는 비유가 재밌
2) 감독 vs. PO (Product Owner) / 대표
비슷하다: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며 전체 경험의 방향을 설계한다.
다르다: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현실화하기 위해 배우의 연기, 카메라 무빙, 음악과 조명까지 하나의 감정선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한다.
PO는 제품의 목표와 비전을 세우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과 비지니스를 연결한다.
그러니까:
3) 시나리오 작가 vs. 서비스 기획자(Project Manager)
비슷하다: 스토리를 구상한다. 혼자 구상해서 쓰기도 하지만 감독 혹은 대표가 비전을 제시해주면 스토리를 만든다.
다르다:
아마 영화와 IT 서비스가 구분되는 가장 큰 점일 텐데. 그것은 영화는 곧 이야기이고 작가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이야기를 만든다. 겉보기엔 줄거리지만, 실제로는 감정의 리듬, 사건의 타이밍, 대사의 숨결까지 책임지는 감정 설계자이다
IT 서비스는 고객의 니즈에서 스토리가 시작된다는 점. 물론 영화도 관객을 고려한 상업 상품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작가와 감독은 고객보단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기획자는 글에만 집중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설계한다.
그러니까:
현실: <기생충>의 각본을 맡은 한진원 작가는 시나리오를 쓰려고 가사도우미, 전속 운전기사 등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했다고 한다. '제시카송' 가사 일부도 한 작가가 썼다고 한다. 챗GPT가 글을 잘 쓴다고 하지만 진짜 오리지널한 걸 만들어내는 것이 탁월한 작가의 역량이다. 작가가 되는 것에 정해진 커리어나 나이는 없듯이 <토스>의 프로젝트 매니저도 유사하다. 장편의 글을 쓰는 사람은 IT 서비스에서 컨텐츠 기획팀 정도일 수도 있겠다. 어떻게 보면 IT 서비스에선 각 부서 모두가 작가의 역할을 하니까. 서비스 텍스트를 담당하는 UX writer가 토스에는 이례적으로 있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5 문장 시놉시스 친절한 금자씨를 만드는 작가
4) 촬영감독(DP) vs.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링 리드
비슷하다: 사용자가 직접 보게 되는 "화면"을 구현한다. 시각적 완성도와 전달력을 담당한다. 기술자다.
다르다:
촬영감독은 빛과 렌즈를 통해 영화의 미감을 창조한다. 하드웨어를 다룬다. 감독 다음으로 현장 서열이 높다.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화면의 코드를 짜는 프론트 엔지니어링은 프로그램 개발이다 보니 역시나 논리와 효율성이 중시된다. 소프트웨어를 다룬다.
그러니까:
현실: <기생충> 촬영감독 홍경표는 여러 감독들을 만나지만 한 감독을 만나면 그 감독의 스타일을 익히고, 또 다른 감독을 만나면 그 감독의 스타일을 익힌다고 했다.
”감독이랑 계속 주고 받으면서 경험하고 '이런 걸 원하는구나' 하면서 거기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거예요(…)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냥 나만의 어떤 스타일을, 한국 영화의 힘을 계속 보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어요. 빛을 다루는 거죠. 로저 디킨스처럼 막 짜여진 어떤 것보다는 조금 거칠지만 핸드메이드 같고 정교하면서도 투박함이 들어간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라고도.
<토스>는 유난히 강한 프론트 엔드 팀을 갖고 있는데 이는 대중이 직접 사용하는 B2C 서비스이기 때문일 거다. 서비스를 최적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코드를 짠다고 한다.
'사람들끼리 일하는 데 상처받으면 안된다'
5) 미술감독 vs. UX 디자이너 헤드
비슷하다: 텍스트로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공간’으로 구현하는 모든 것을 담당한다.
다르다:
미술감독은 감독과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관을 물리적 세트, 색감, 질감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하여 물리적 공간 그 자체를 창조한다. 현장에서 가장 고생하는 팀이 미술팀이라는 말이 있다. 프리단계에서도 현장에서도 할 일이 무척 많다. 촬영이 끝나면 공간은 사라진다.
UX 디자이너는 기획자의 의도(문제)에 따라 디지털 환경 안에서 정보 구조와 감성 디자인을 구축한다. 몰론, UX디자이너 외에도 다양한 디자이너가 디지털 공간에 기여한다.
그러니까:
6) 의상 디자이너 / 메이크업 아티스트 vs. 그래픽 디자이너
비슷하다: 외형을 통해 캐릭터나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한다.
차이점:
영화의 의상 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작품이 만들어지기 전(프리)에도 현장에서도 일이 끊임없다. 캐스팅 된 사람에 맞게 서사를 입힌다. 미술과 조명팀과 긴밀히 움직인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사람의 외형을 디자인하기 보단 무형 서비스, 회사를 디자인한다. 예를 들어, 버튼, 아이콘, 컬러 시스템 등
그러니까:
<기생충>의 최세연 의상감독은 공간에 의상이 묻히지 않도록 질감과 컬러, 소재에 신경을 쓴다. 자주 옷을 직접 만든다. 양보다는 질의 느낌이 강하다. <토스>의 그래픽 디자이너는 한때는 서비스를 꾸며주는 정도였지만 이젠 문제해결방식의 키를 잡고 있게되었다고 한다. 입히고 벗기고… 배포하고 수정하고…
가업으로 의상 디자이너가 되었다
7) 로케이션 매니저 vs. 인프라 엔지니어
비슷하다: 현실화 될 수 있는 공간(환경)을 찾고 구축한다.
다르다:
로케이션 매니저는 물리적 장소(도시, 건물, 자연환경 등)를 섭외하고 조율한다. 차를 엄청 타고 다니고 카메라는 필수다. 따로 로케이션 매니저가 있는 경우도 있고 PD나 미술팀이 하기도 한다.
인프라 엔지니어는 개발자에 가까우며 클라우드 서버,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등 디지털 인프라를 설계하고 운영한다.여러 장소를 돌아다니지 않고 재택 근무가 용이하다. 대부분 남자다.
그러니까:
<기생충>의 90%는 세트에서 찍히긴 했지만 몇몇 장소는 실제 공간에서 찍었다. 영화서 등장하는 우리슈퍼는 실제로는 돼지쌀슈퍼이다. 공간에 대한 엄청난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로케이션마켓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강태영 대표님은 사진을 전공하셨었다.
<토스>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복잡한 인프라와 다양한 환경을 단순하게 설계하는데 중점이 있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일이 복잡할 것 같다.
8) 조명팀 vs. 백엔드 개발자
비슷하다: 전면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전체의 기능성과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 역할을 한다. 굳이 공통점을 연결시킨 부분이 없잖아 있다.
다르다:
조명팀은 세트나 배우의 조명을 통해 시각적 분위기, 감정의 강약,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조율한다. 분위기와 컨셉이 중요하다.
백엔드 개발자는 사용자에게 직접 보이지 않지만, 서비스의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하도록 서버, DB, API 연동 등을 설계하고 유지한다. 논리와 최적화가 중요하다.
그러니까:
DP(Director of Photography)라는 직종이 국내에선 촬영 감독과 동일하게 쓰이기는 하나 서구에 선 DP가 조명감독의 영역까지 함께하는 촬영감독을 뜻한다. 기생충의 조명감독은 홍경표 촬영감독이 맡았다. 조명감독 김동호씨는 “조명은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영화라는 단어 그 자체이다.
<토스>의 개발자는 전체적인 구조를 알아야 하고 도메인(금융) 지식이 꽤나 있어야 한다. 바로 드러나진 않아도 작동하는 모든 원리를 백엔드서 담당한다. 조명이 없는 씬은 없는 것 처럼.
오래 일해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일이
9) 그립팀 / 베스트보이 vs. 시스템 아키텍트 / DevOps 엔지니어
비슷하다: 물리적/기술적 구조를 조정하고, 전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설계하고 지원한다.
다르다:
그립팀은 카메라 이동 장비, 레일, 크레인, 지미집 등의 설치 및 운용을 통해 물리적 공간 내 움직임과 리듬을 만들어낸다. 베스트보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도 불린다.
시스템 아키텍트는 서비스 구조를 설계하고 DevOps 엔지니어는 배포 및 서버 상태를 자동화하고 유지보수한다. 서비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며, 확장성을 고려한다.
그러니까:
<기생충> 그립은 김학수 대표가 장비를 지원했다. 인터뷰는 찾아보기 힘들다. 카메라의 시선을 헤아리는 일이라고 표현되는데 아마 가장 조명받지 못하는 분야가 아닐까? 팀 내에 역할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인터뷰에 쓰여있다. 그립팀의 정밀한 세팅 덕분에 완성되었고, <토스>의 데브 옵스팀은 개발 경험에서 피로를 주는 비효율성을 해결한다. 탄탄하고 안전하게…
친구 2명: 설치와 철수
10) 음향감독 vs. 인터랙션 디자이너 / 사운드 UX 디자이너
비슷하다: 감각의 확장을 위한 소리를 설계한다.
다르다:
영화는 감정선과 몰입을 위한 음악, 배경음, 효과음을 구성한다. 음향감독과 음악감독(기생충에선 유명한 정재일 음악감독이 역할을 했다)은 다르다. 음향감독은 엔지니어링에 조금 더 가깝다.
IT는 사용자 경험에 소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인터랙션을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하곤 한다. 피드백 사운드, 알림음 등 기능 중심의 사운드를 설계한다.
그러니까:
<기생충>의 최태영 음향감독은 무조건 리얼한 사운드가 아니라 스크린에 맞는 리얼 사운가 있다고 전했다. ‘자기 귀를 자유자재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아직 사운드만을 전담하는 엔지니어가 IT 서비스에는 없는 듯 하다. 그래서 UX 디자이너가 사운드도 담당한다.
'특징이 없는 사운드를 만드는 게 특히 더 어렵다'
11) 편집감독 vs. 품질 관리 매니저(Quality Assuarance Manager)
비슷하다: 완성 전 마지막 단계를 책임진다. 흐름을 점검하고 문제를 제거한다.
다르다:
편집자는 시간의 리듬, 감정의 곡선을 조율하며 최종 예술적 완성도를 만든다. 촬영 만큼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편집은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QA 엔지니어는 기능 오류, 버그, UI 문제를 테스트하고 수정하여 최종 제품의 신뢰도를 확보한다. 결점을 보완하는 역할이지만 크게 서비스를 바꿀 순 없다.
그러니까:
<기생충>의 양진모 편집감독은 감독과 의견이 엇갈리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잘 토닥이는 사람이라고 했다. 제작자의 입장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리듬감 있는 호흡과 긴장 완급 조절로 몰입도를 높였고, <토스>의 품질관리 매니저는 어떻게 하면 ‘결함’을 선제적으로 탐지할 지 중점으로 둔다고 한다. 영화는 나쁜 평점을 받지만 서비스는 컴플레인을 받으니 이들의 어깨가 무겁다.
전문화 될수록 고사양 장비는 필요없다는 게 인상깊다.
12) VFX (포스트) 아티스트 vs. 3D 그래픽 디자이너
비슷하다: 그래픽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이거나 확장된 시각 경험을 창조한다.
다르다:
영화에서는 실제 촬영 불가능한 장면을 CG로 구현한다.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영화 아바타2는 2000명이 3년동안 포스트 작업을 했다고 한다.
IT에서는 디지털 인터페이스 상에서의 애니메이션, 전환 효과 등을 구현한다.
그러니까:
<기생충>의 VFX 후반 작업은 덱스터에서 진행했다. VFX가 꼭 화려한 CG만이 아니라 ‘<기생충>의 VFX 기술이 적용된 장면을 살펴보면, 2층 대저택은 1층까지만 실제 구조물이고 2층은 합성으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더불어 아버지 기택 역할을 담당한 배우가 차 안에서 운전하는 장면이나 그들이 사는 오래된 집의 골목길 배경도 VFX 효과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T 산업은 게임 사업이 VFX 그 자체이지만 토스 같은 시각적으로는 단순한 서비스에는 전문 포스트 팀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3D 그래픽 디자이너 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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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IT 서비스 업자라면 영화 판이 낯설거고 이 바닥 사람이라면 IT 스타트업(토스는 이제 거대기업이지만)이 낯설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더 궁금해지고 비교해보는 맛도 있다. 굳이 이 글의 핵심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든 IT 서비스든 멀리서 보면 종합예술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런 의미라면 혼자 할 수 없는 모든 일은 종합예술이자 종합노동이 된다.
IT 서비스의 직종들은 처우가 좋은 편이다. 그만큼 시장이 크고 투자도 왕성하다. 화이트컬러라는 인식에 고학력 고스펙이 많다. 완전한 노동으로 자리잡혔다. 영화판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조금 더 남았다. 우리나라 영화교육은 대부분 연출이나 메인 감독에 국한되어 있고 예술가 정신을 중시한다. 영화를 만드는 직업을 보면 예술이 아닌 노동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 봉준호 감독이 큰 기여를 한 부분이다. 영화 기생충을 국민 IT 서비스와 비교한 것이 그래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토스는 아마 국내 IT 기업중에는 교육/홍보 컨텐츠를 제일 잘 만드는 팀인 듯 하다. 그들의 업무강도는 업계서 아주 유명하다. 공부를 하다보니 서로 다른 분야가 인사이트를 공유하면 효율성과 창조성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토스는 성장에 대한 욕심이 많은 화이트컬러직이 모인 것 같고 기생충은 한국에서 영화 제일 잘 만드는 사람들이 했다. 그 어느 분야에서건 창작의 고통, 사람간의 조율, 시간의 압박, 다양한 직함과 체계는 존재한다. 어디를 봐도 우주가 있다. 재미있었던 건 IT 업계는 죄다 영어라는 거였다. 영화 현장에는 아직도 일본어가 많이 남아있다.
개요를 공부했으니 이제 현장에서 조금 더 보일거다. 진짜 일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 차례다. 1대1 짝짓기 글을 쓰서 억지로 쑤셔 넣은 부분이 있으니 참고용으로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회사에서 우당탕탕 일이 많았다.